체리 MX2A 퍼플, 오렌지 스위치 리뷰
프롤로그
오랫동안 기다렸던 MX2A 신규 스위치를 구매하였습니다. 5월 한달간 모종의 사정으로 리뷰를 올리지 못했는데, 그간 두종의 스위치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리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퍼플
택타일 마니아로써 굉장히 기대했던 스위치 입니다. 퍼플은 갈축과 유사하게 바닥압 55g이지만, 걸림은 60g로 바닥압보다 걸림이 더 큰 스위치 입니다. 갈축 기반이라고 해서 클리어 백축의 아종 아닌가 걱정하셨던 분들은 걱정을 거두어도 됩니다. 넌클릭 백축이라고 하는 클리어 스위치와는 확실히 다른 키감이고, 그보다 스프링의 반발력은 줄이고 걸림을 늘렸습니다. 홀리판다와 유사하지만, 갈축같은 느낌도 오묘하게 섞여있습니다. 걸림을 이렇게 확실히 크게 해준 만큼 갈축과 비교하면 확실히 더 재미진 키감을 선사 합니다.


홀리판다처럼 강한 걸림을 주면서 체리 택타일 스위치 특유의 서걱임이 살아 있습니다. 공장윤활이 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윤활이 약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빠진 것인지는 몰라도 윤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프링 소음도 남아있고, 윤활제의 물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윤활은 누락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사용자들의 리뷰에도 윤활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다고 하니, 윤활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퍼플 스위치는 플라스틱 하우징인 독거미와 몬스긱 M5, 닌자87에 번갈아가면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홀리판다와 비교하면, POM재질의 하우징을 쓰는 TTC의 홀리판다 대비 서걱임이 살아있어서 PC보강판에 알루미늄 하우징인 몬스긱 M5 보다는 플라스틱 하우징인 독거미와 닌자 87에 보다 더 잘 어울렸습니다.






알루미늄 하우징에도 체리 하우징 특유의 서걱임이 살아 있어서 정제된 키감대신 날것의 키감이 돌출되서, 윤활되고 부드러운 키감에 보다 특화된 알루미늄 하우징에 독특한 맛을 살리는 취향이라면 색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금방 질리고 서걱임을 즐기기 보다는 거슬림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홀리치키나 제가 조립한 프랑켄 스위치(지온 베이비 블루 스템+체리 청축 하우징)와 더 가까운 타건음을 만들어내고 키감도 얼추 비슷하나, 키압이나 걸림이 홀치와 체갈 사이 중간 정도로 밸런스를 위해 조절해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오렌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랄까요? 기계식 스위치도 체리 이외에 알프스, 후타바도 존재하던 시절에 오렌지 축도 체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컬러만 복각이고 키감과 제원은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오렌지축의 키감을 한번에 요약한다면 공장 윤활된 체리버전 황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보다 키보드 취미 경력도 훨씬 길고 예전부터 즐겼던 올드비 유저분들이 예전의 오렌지축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퍼플처럼 시작압이 40g로, 인트로 부분의 키압이 상당히 가볍습니다.
바닥압은 62g 정도로 리니어 스트로크의 인트로는 가볍고, 바닥압으로 갈 수록 무거워지는 점이 여러모로 황축과 비슷합니다. 적축도 바닥 끝까지 풀파워로 다 땡기면 바닥압과 비슷한데, 황축처럼 바닥압에서의 반발력이 좀 더 느껴집니다. 퍼플과 비교하면 윤활 수준이 훨씬 좋습니다. 애초에 퍼플은 윤활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한 반면, 오렌지는 확실하게 윤활감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체리의 스위치 답게 크톡 103~105정도의 오일타입으로 가볍게 윤활된 편이라 우뚜게황같은 부드러움은 기대하면 안됩니다. 체리 특유의 서걱임도 어느정도 살아 있어서, 우뚜게황이나 크림축같은 부드러운 키감을 원하셨던 분들은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검은 하우징의 게이트론 황축이나 체리적축과 유사한 시원한 타건감의 리니어에 가깝습니다.
저압 리니어를 갈망하셨던 분들에게는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황축과 비슷한 키감이긴 하나, 황축은 물론 적축과 비교해도 확실하게 키압이 더 가볍다고 느껴집니다. 아우라의 순정 옵션으로 골랐던 회목축 보다는 반발력이 있어서 표기압이 40g인 회목축보다는 무겁고, 적축보다는 살짝 가볍습니다.
오렌지 역시 폼떡 빌드나 풀알루미늄 하우징 보다는 적당한(기분좋은 수준의) 통울림이 있는 노폼 하우징이나 무보강 빌드에 더 어울릴 스위치 입니다. 가벼운 시작키압과 체리 특유의 서걱임, 경쾌한 타건감은 기계식 스위치 본연의 키감을 선사하는데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풀윤활 폼떡 키보드의 정제된 키감의 반대 성향을 보인다고 느껴집니다.
총평
레오폴드에서 클리어 백축 옵션을 제공하듯이 기성 완제품 키보드에서도 옵션을 제공했으면 꽤 좋은 반응을 얻을 스위치입니다. 특히나, 갈축에 대한 호불호가 굉장히 큰 만큼, 걸림을 키워 재미있는 키감으로 보완한 퍼플축을 장착한 기성품 키보드가 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퍼플축의 윤활은 매우 아쉽고, 특히 택타일 스위치 특유의 스프링 소음이 다소 거슬리는 만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스위치 모두 기계식 스위치 본연의 키감을 살리려는 체리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서걱임이 살아있는 키감이며, 따라서 정제된 사운드를 원하는 폼떡 풀알루 키보드 보다는 흡음재를 적당히 덜어내거나 무보강빌드, 또는 플라스틱 하우징에 보다 더 어울립니다.
물론, 커스텀 키보드에 정해진 공식 같은 것은 없기에 저의 추천을 꼭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폼떡 키보드에 서걱임이 살아있는 퍼플축을 장착해서 사용하면 적어도 처음에는 색다른 맛을 느껴볼수는 있습니다.